M&A로 경쟁사 제거한 결과…글로벌 과점화, 악재 '부메랑'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입력 2021-05-16 09:23   수정 2021-05-16 10:15



지난 25년간 미국과 일본, 유럽 지역 업종별 상위 3개 기업의 매출이 4위 이하 기업들보다 30%포인트 이상 많이 늘어나 과점화가 큰 폭으로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기업들이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경쟁사나 신흥기업을 사들인 결과인데 이 같은 과점화가 기술혁신을 저해해 경제의 역동성을 떨어뜨린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1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업종별 4위 이하 기업에 비해 '빅3' 기업의 25년간 누적 매출 증가율은 미국 60%포인트, 유럽 35%포인트, 일본 10%포인트 높았다. 76개 업종의 9000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다.

미국과 일본, 유럽의 모든 업종을 평균하면 상위 3개 회사의 매출은 지난 25년간 2.7배로 늘어 2.4배 늘어난 4위 이하 기업보다 30%포인트 가량 증가율이 높았다.

2000년까지 하위기업에 대한 상위 3사의 매출증가율 격차는 미국 10%포인트, 유럽 5%포인트 안팎이었지만 20년새 격차가 6~7배 벌어지며 과점화가 가속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과점화가 더딘 것은 기업재편이 상대적으로 활발하지 않아 기존 경쟁체제가 20년 넘게 유지된 결과로 분석된다.

과점화를 촉진시킨 요인은 M&A가 첫번째로 꼽힌다. 최근 5년간 세계의 M&A 총액은 처음으로 20조달러(약 2경2590조원)를 넘어섰다. 어니스트 류 미국 프린스턴대학 교수는 "금융완화에 따른 저금리의 수혜를 상위 기업이 주로 입으면서 M&A 등을 통한 과점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M&A를 통한 과점화가 가장 활발한 분야가 미국의 정보기술(IT) 기업이다. 애플은 2019년 미국 인텔의 스마트폰 반도체 사업을 10억달러에 인수했다. 페이스북도 인스타그램과 와츠앱을 사들였다.

다른 업종으로도 과점화가 확산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과점화가 진행될수록 높아지기 쉬운 매출 대비 이익률은 지난 40년간 업종 전반에 걸쳐 일관되게 상승했다. 그 결과 IT 뿐 아니라 헬스케어와 소비자 대상 서비스 업종의 이익률도 크게 높아졌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인 LVMH모에헤네시루이뷔통은 지난 1월 미국 티파니를 인수한 덕분에 올해 1분기 매출이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 1분기를 넘어섰다. 2018년 인도의 인터넷 상거래 기업 플립카트를 인수한 미국 월마트는 2021년 1월 매출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술혁신을 저하시킨다는 점은 과점의 문제로 지적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인 대규모 금융완화가 이어지자 기업들은 M&A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한편 여유자금을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에 활용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과점화가 진행될 수록 경쟁이 덜 치열해지기 때문에 연구개발비를 늘리려는 의욕은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세계 상장기업의 연구개발비를 5년 단위로 집계한 결과 2010년 이후 증가율 둔화세가 뚜렸했다. 2016~2020년 증가율은 20%로 50%에 달했던 2006~2010년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IMF는 지난 3월 보고서를 통해 "리더 기업이 M&A로 우위성을 높이는 것은 경쟁회사의 경쟁의욕 상실과 연구개발비 억제로 이어진다"며 과점화가 기술혁신을 저해하는 현상을 경고했다.

기술혁신의 저하는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1990년대 3%를 넘었던 주요 7개국(G7)의 잠재성장률은 2019년 1.4%까지 떨어졌다. 인구증가율 둔화와 설비투자 효과가 낮은 디지털 경제로의 진전 등 다양한 원인이 작용한 결과지만 과점에 의한 기술혁신의 정체도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린 주요인으로 지적된다.

이 때문에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기존의 공정거래정책을 개선해 거대 기업의 시장 과점화를 막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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